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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메이크업과 독특한 헤어스타일, 화려한 무대매너와 환상적인 선율 등으로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동남아 등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본 그룹 X(현재는 X-Japan으로 이름 바꿈). 이들의 앨범이 최초로 국내에 공식 발매된다. 국내법상의 제약으로 보컬부분은 모두 삭제되고 연주곡만 묶은 이 앨범에는 국내에서 표절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그룹 X의 최대 히트곡인 ‘엔드리스 레인’과 ‘세이 애니싱’ 등 10여곡이 수록돼 있다. ●글/윤우미(소니뮤직 일본음악 담당자)

파워와 호소력을 겸비한 보컬 토시, 컬트적 외모와 드라마틱한 연주솜씨에 빛나는 기타리스트 파타, 카우보이같은 분위기의 베이시스트 타이지, 요시키와 함께 그들의 음악을 끌어나가는 기둥이자 가장 카리스마적 이미지의 히데, 예쁘장한 외모와 클래식에 기반을 둔 감성짙은 음악으로 멤버중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는 드러머 겸 피아니스트 요시키 등 다섯명으로 구성된 그룹 X는 80년대말부터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메탈밴드로 자리잡은 슈퍼 록밴드다.

짙은 메이크업과 요란한 헤어스타일 등으로 각자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멤버들의 빼어난 용모, 드라마틱한 분위기에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 충격적이리만치 신선한 감각의 비주얼이 돋보이는 재킷, 일본 록밴드들의 바이블이 되다시피한 극적인 무대연출과 기획이 돋보이는 라이브, 늘 팬들로 하여금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잃지 않게 만드는 철저한 이미지 관리(이들은 단체사진을 찍지 않기로 유명하며 멤버 개인의 활동을 철저히 보장해주고 있다) 등으로 일본에서는 물론 한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X의 탄생과 최대의 히트곡
엔드리스 레인

어린시절부터 클래식수업을 받고 자란 요시키와 순수한 포크송을 좋아하던 토시. X의 중심 멤버인 이들은 유치원시절부터 함께 자란 사이다. 서로 다른 음악을 좋아하던 이들이 록밴드 X를 결성하게 된 건 중학교 때. 클래식과 포크송이라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음악이 모여 ‘록’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곤 고등학교를 거치며 계속적인 라이브 활동을 하고 정식으로 앨범을 발표하기 전까지 수없이 많은 멤버교체를 하게 된다.

그러던 85년. 당시까지 각기 다른 언더그라운드 밴드에서 활동하던 타이지와 파타, 히데 등이 같은 라이브하우스에서 활동하는 슬래시 메탈밴드들의 음악을 모은 옴니버스 앨범 작업에 참여하면서 만나, 멤버로 영입되면서부터 완벽한 X의 모습을 갖추었다.

이때 발매된 옴니버스 앨범이 상당한 호응을 얻자, 87년 비슷한 기획의 옴니버스 앨범이 다시 발매되었고 이 앨범으로 겨우 두곡밖에 실리지 않은 언드그라운드 밴드 X의 음악은 일순간 대중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얻게 된다.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은 이들은 88년 4월 자신들만의 첫 공식앨범 <배니싱 비전(Vanishing Vision)>을 발매했다. 첫앨범에서 신인답지 않은 완벽한 음악적 완성도로 X는 일단 음악적으로나 비주얼한 면에서 모두 일반 대중들의 인정을 받게 된다. 이때부터 이들의 신화가 시작돼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일본 전역에 걸친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X는 89년 4월 소니사에서 <블루 블러드(Blue Blood)>를 발표했다. 이 앨범은 일본내에서 ‘최소한 가구당 한장씩의 앨범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을 뿐아니라 이 앨범을 기점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X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블루 블러드>에서 싱글커트돼 같은 해 12월 발매된 <엔드리스 레인(Endless Rain)>은 요시키의 아름다운 클래식선율 과 토시의 일본적 포크송 그리고 X의 록이 만난 최고의 명곡이란 평가를 받으며 지금까지도 최대의 히트곡으로 손꼽힌다. 이 곡은 국내의 몇몇 노래를 통해 표절이란 오명으로 소개된 바도 있다. 90년 2월 동경 무도관에서 가진 라이브실황과 앨범 수록곡과 편곡을 달리한 버전으로 수록한 세번째 싱글 <위크엔드(Weekend)>를 발표한 이후 이들은 두번째 앨범 작업을 위해 잠시 활동을 중단하는데 그 사이 팬들을 위해 <셀러브레이션-비주얼 쇼크(Celebration-Visual Shock) Vol.2,5> 를 90년 8월 발표했다.

이 비디오는 소니 데뷔직전 시부야 공회당에서 가진 라이브와 언더그라운드 그룹시절의 모습을 담아 89년 6월 발표한 첫번째 비디오 <블루 블러드 투어-폭발 직전 GIG>과 데뷔시절부터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프로모션 활동과 투어를 담아 89년 12월 발표한 비디오 <자극! 비주얼 쇼크(Visual Shock) Vol.2>에 이은 세 번째 비디오로 신선하고 자극적 영상미로 대단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발매와 동시에 인기 차트 1위에 오른
<세이 애니싱>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한지 반년동안 미국 LA에서 제작한 앨범 <젤러시(Jealousy)>가 91년 7월 발매됐다. 그들의 신보를 애타게 기다려온 팬들의 뜨거운 사랑으로 발매하자마자 차트 등장과 동시에 1위를 기록하며 이들은 또다시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다. 원래 이 앨범은 두장으로 발매 예정이었으나 30분이 넘는 장편 <아트 오브 라이프(Art of Life)>를 시간상 삭제하고 한장짜리로 발표했다. 요시키와 히데가 전곡을 작사, 작곡했던 <블루 블러드>와는 달리 이 앨범에서는 멤버 전원이 작사 작곡 작업에 참여해 각자의 다양한 색깔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완성도면에서도 전작보다 더 폭넓고 세련된 수작이라는 격찬을 받았다.

두번째 앨범 <젤러시>에서 첫싱글 커트된 <사일런트 젤러시(Silent Jealousy)>는 91년 9월 발표되자마자 인기 차트 1위에 오르며 “X=드라마틱한 분위기+아름다운 멜로디”라는 그룹 이미지를 확고부동하게 했다. 곧이어 10월에 발표된 싱글 <스탠딩 섹스(Standing Sex)>는 본격적인 하드코어 록으로 남성화장품 CF송으로 사용되며 인기를 모아 차트 1위를 기록했다.

91년 12월 역시 <젤러시>에서 두번째로 싱글 커트된 <세이 애니싱(Say Anything)>은 차트 등장과 동시에 1위를 기록하고 인기드라마 TV엔딩 테마로 사용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X다운 아름답고도 슬픈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요시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곡은 가장 감성이 풍부한 곡을 고르기 위해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려 녹음한 곡으로도 유명하다. 국내에서도 X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곡 중 하나로 자주 표절시비에 휘말리는 곡이기도 하다.

따로 또 같이 활발한 활동

승승장구하던 X에게도 불운의 시기가 있었다. 음악의 색깔을 이끌어 나가던 팀의 마스코트 요시키의 건강 악화로 최초로 계획했던 도쿄돔 라이브 콘서트를 비롯해 91년 8월부터 시작된 전국 주요도시 순회투어 ‘로즈 & 블러드’가 중단되고, 멤버들은 이를 계기로 건강회복과 음악적 재충전을 위한 장기간의 휴식에 돌입하게 된다. 이 기간동안 X는 팬들을 위해 차트 첫등장과 함께 연속 1위를 기록한 히트곡들과 투어 스케치, 2집 앨범 작업 중의 LA스케치 등을 담은 <비주얼 쇼크VOL.3>을 91년 12월에 발표하기도 했다.

그룹의 활동을 공식적으로 잠정 중단한 그룹 X는 각자 개인활동에 몰두해 자신의 앨범작업이나 다른 가수들과의 한시적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는데, 그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였던 멤버는 요시키. 이전부터 그의 열렬한 팬이던 일본음악계에서의 최고 히트 제조기 및 프로듀서 겸 가수인 코무로 데츠야와 ‘V2’라는 그룹을 결성해 새로운 음반을 제작,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X의 앨범제작과 라이브 연주시 주요 모티브가 되는 클래식곡들을 모아 발표한 <요시키 섹션>이라는 클래식 앨범 등 자신의 개인 앨범을 발표하고 프로듀서로서 다른 가수의 앨범 제작에 참여하는 등 음악적 활동을 계속했다. 뿐만 아니라 섹슈얼한 포즈를 취한 사진집을 출간하는 등 다방면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그외의 멤버 중에서도 토시히와 히데는 자신의 개인앨범을 발표해 성공을 거두었으며, 타이지나 파타는 다른 밴드를 한시적으로 결성해 X시절과는 다른 색깔의 음악을 선보여 각자 성공적인 외도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92년 1월5일 도쿄돔에서 열렸던 3일간의 라이브콘서트를 끝으로 그룹 X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베이시스트 타이지가 “X의 이미지가 아이돌 성향으로 굳어지는데 회의를 느낀다”며 탈퇴, X는 새로운 변화를 겪어야 했다.

X-Japan으로 새롭게 태어난 X

타이지가 탈퇴하고 X의 유일무이한 베스트 앨범인 <베스트 오브 엑스>가 발표된 이후 이들은 히데의 친구인 밴드 ‘마제스틱 이자벨’의 베이시스트였던 히스를 영입한 후 이름을 X-Japan으로 바꾸고 소속사도 애틀랜타 레코드로 이적하는 등 변화를 가져왔다.

요시키를 실질적 리더로 재탄생한 X-Japan은 30여분간 단한곡만 수록되어 있는 앨범 <아트 오브 라이프>를 발표했다. 상당히 실험적이라는 평을 듣는 이 앨범 이후 3년여 동안 개별활동을 진행했던 이들은 지난해 11월13일 <달리아(DAHLIA)>를 발매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우리나라에서 발매되는 앨범은 X의 음악은 일본음악에 담쌓고 지내는 사람이라도 직간접 또는 표절 등을 통해 한두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이미 유명하다. 공식적으로 수입이 금지돼 밀반입되고 있는 X의 앨범은 정가의 몇배나 되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팔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전국에 산재해있는 엄청난 수의 팬들을 규합한 공식 팬클럽도 생겨났다. X의 팬클럽의 활동은 대단히 열성적이어서 직접 라이브를 보거나 그들의 새로나온 앨범 또는 사진집을 사러 일본으로 원정을 갈 정도.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발매되는 X의 베스트앨범 <베스트 오브 엑스-파트 1>은 93년 발매된 X의 두장짜리 히트곡 모음 가운데 보컬곡은 제외하고 연주곡만 고른 것이다.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끊임없이 표절의혹을 일으켰던 ‘엔드리스 레인’ ‘세이 애니싱’ 등 총 10곡이 수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