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초 m.net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흥미로운 이벤트 하나를 발견했다.
나가부치 츠요시가 2월 9일 무도관에서 열리는 자신의 공연에 자비로 한국팬 200명을 초청한다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생각으로 응모를 한지 몇일 후 m.net와 세일여행사에서 차례로 당첨확인메일이 왔고 꿈에도 그리던 일본공연에 참가하게 되었다.

해외여행은 처음이라 준비할 것이 많았지만 여행사측에서 비자나 여권등을 대리수속해 주었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고 공연일은 시시각각 눈앞으로 다가왔다.

공연이 예정된 9일 아침에 도착한 인천공항 12-13번 게이트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여행사 직원들은 항공편별로 편성된 인원에 대해 여권과 항공권등을 배부하였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11시 10분 드디어 동경 나리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는 2시간여를 날아 나리따공항에 도착했고 입국수속을 마치고 도착로비로 나오자 드디어 일본이라는 것이 실감났다.

나리따공항 주차장에서 미리 준비된 버스를 타고 무도관으로 출발한 우리는 마쿠하리근처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도쿄역과 황궁 등을 거쳐 무도관에 도착했다. 

공연시간인 저녁 6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무도관 근처에서 자유롭게 사진촬영을 하고 공연상품 쇼핑을 하였다. 무도관 주변에는 많은 팬들이 둘러앉아 나가부치의 곡을 연주하고 있었고 공연상품을 파는 매장에는 포스터,T셔츠,비디오등의 투어상품을 사기위해 팬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번 나가부치의 공연은 작년 6월 앨범 [空／SORA]의 발매이후 10월부터 시작된 일본투어의 마지막 공연으로 나가부치는 4개월간 총 30회이상의 공연을 소화하고 있었다.

이날 공연은 5시에 입장을 시작해 6시부터 공연이 계획되어있었으나 나가부치가 예정보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리허설이 늦어져 30분가량 늦게 시작되었다.

일본팬들이 거의 입장을 마친뒤 6시 20쯤 무도관에 입장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 팔각형의 실내와 천장에 메달린 대형 일장기가 한눈에 들어왔고 '아 여기가 무도관이구나' 라는 감격에 취할틈도 없이 공연장을 가득메운 일본팬들의 열기가 확 밀려왔다. 장내에는 연신 쯔요시의 음악과 안내멘트가 나오고 관객들은 모두 '쯔요시! 쯔요시!' 를 외치고 있었다.

열광적인 분위기에 약간은 압도되었지만 지정된 자리에 앉자 잠시후면 쯔요시를 직접 볼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임은 더해왔다.

6시 40분,무도관 전체가 관객의 에너지로 충만해질 즈음 새하얀 무대위로 나가부치가 등장했다.

노란색으로 염색한 짧은머리에 강한이미지의 붉은셔츠와 블랙진을 입은 나가부치가 등장하자 객석의 환호와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고 곧이어 객석의 불이 꺼지면서 2001-2002 라이브투어 '空／SORA'의 마지막 공연이 시작되었다.

오프닝곡으로 앨범[空／SORA]의 타이틀곡인 [勇氣の花]가 시작되자 객석은 광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이어서 필자로서는 익숙치 않은 곡들이 여러곡 나왔고  나가부치의 첫 싱글곡인 [巡戀歌 준렌카]가 나오자 나가부치와 객석이 하나가 되어 합창을 하며 그야말로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공연이 중반에 이르렀을즈음 나가부치는 하모니카를 객석으로 던져주기 시작했는데 10개 이상의 하모니카를 던졌지만 아쉽게도 한국팬 200명이 모여있는 3층객석까지는 오지않았다.

이어서 열정적인 공연이 계속되고 [泣いてチンピラ]가 나올때쯤은 나가부치와 객석은 거의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곡중간에 '간바레 툐쿄,간바레 서울,간바레 닛폰~'이라는 구절은 한국팬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몇곡이 더 연주된 뒤에 한국팬들에게도 익숙한 [HOLD YOUR LAST CHANCE]가 나오자 약간은 엄숙한 분위기가 되었다.

마지막 곡을 끝내고 나가부치와 백밴드들이 모두 무대를 내려갔고 일본공연이 처음인 필자는 공연이 끝난것인지 잠시 쉬는타임인지 알수가 없었다.

객석은 모두 '쯔요시!쯔요시!'를 외쳤고 몇분후 나가부치와 밴드가 다시 무대위로 올라왔다.

계속해서 [런], [톤보]등의 익숙한 곡들이 연주되었고 객석에서는 계획되어 있었는지 일제히 폭죽을 터트렸다.

9시 20분, 드디어 공연이 끝이나고 나가부치와 백밴드가 함께 무대앞으로 나와 인사를 하고 서서히 무대를 내려가고 객석에서는 '쯔요시 사이고!', '쯔요시 아리가또!'등을 외치는 소리가 무도관을 울리고 있었다.

이번공연에서 나가부치의 열정은 훌륭한 사운드세팅과 화려한 조명효과로 배가되었고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공연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 것 같았다.

재미있는 것은 쯔요시의 공연중 버릇인 듯 공연내내 무대에 준비되어있던 세수대야에 얼굴을 씻고 생수를 마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곡의 라스트에서 물을 뿜어내는 모습은 잊혀지지가 않았다.

45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열정적인 무대매너와 한곡 한곡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그를 찾은 팬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고 특히 인상적인 것은 지정석임에도 불구하고 공연내내 서서 쯔요시를 응원하고 3시간동안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여준 일본팬들이었다.

조용한 발라드 곡이 나올때는 잠시라도 앉아도 되겠건만 자리에 앉는사람은 모두 한국팬뿐이었다. 사실 몸이 안좋은 상태였던 필자는 잠시라도 앉고 싶었지만 공연장의 분위기상 3시간 내내 서서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공연이 모두 끝이나고 일본팬들이 대부분 퇴장한 뒤 우리가 퇴장하자 무도관 입구에서부터 일본측 팬클럽으로 보이는 분들이 환송을 해주었고 버스앞에는 역시 방송국에서 취재를 하느라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필자가 탄 3호차에는 나가부치 한국팬클럽 임원들이 같이 동행하고 있어 숙소인 시나가와 호텔로 향하는 동안 방송국 기자들이 동승하여 취재를 하기도 하였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반탈진상태가 된 필자는 샤워를 하며 피로를 풀었다. 호텔에 준비되어 있는 유카타를 입고 TV를 켜자 NHK종합방송의 'POPJAM'에 퍼피가 나오는것을 잠시나마 볼 수가 있었지만 피곤에 지친 필자는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조식을 하고 9시 30분쯤 쯔요시와 한국팬들이 함께하는 파티가 준비된 파레스 호텔로 향했다.

파레스 호텔의 파티회장에 도착하자 많은 취재진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필자도 어제 공연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이어서 추첨을 통해 '티셔츠', '팜플렛', 'CD케이스'등을 60여명에게 선물하는 시간을 가졌고 30여분 후 나가부치가 회장에 도착했다. 가까이서 보게된 나가부치는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고 운동으로 단련된 몸매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사회자가 한국에서 공연할 계획을 묻자 나가부치는 이번에 한국팬들이 일본에 와주었기 때문에 다음번은 자신이 한국에 가겠다며 한국공연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이번에 초청된 200분이 한국으로 돌아가 이천명,이만명의 나가부치팬을 만들어달라고 전하기도 했다.
또한 나가부치는 무명가수시절  집으로 초대해 밥을 먹여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분이 한국인이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이어서 전날 공연에서 사용했던 하모니카 4대와 기타 3대를 나가부치가 직접 추첨을 하여 선물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특히 즉석에서 바로 사인을 한 기타는 남자 2분, 여자 1분에게 행운이 돌아갔고 행운의 주인공들은 나가부치와 기념촬영을 하는 영광을 얻었다.

곧이어 팬클럽에서 마련한 선물증정이 있고 이번행사를 공동추진한 m.net에서는 나가부치에게 감사패를 전달하였다.

나가부치공연과 관련된 모든 일정이 끝이나고 남은 시간을 이용해 도쿄타워에서 1시간정도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뒤 출국을 위해 나리따 공항으로 향했다.

이번행사를 추진한 나가부치와 공동으로 행사를 준비한 m.net 그리고 참가한 인원모두를 인솔하고 책임진 세일여행사측에 감사드리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나가부치 한국팬클럽 여러분과  3호차에 동승하신 친절하고 상냥한 가이드 라승례씨를 잊지 못할 것 같다.

2002년 2월 16일 운영자.치사토